김영인
에세이

바이브코딩이 시니어 개발자에게만 좋을까? 주니어를 바라보는 관점

바이브 코딩이 주니어에게 위기일 수 있다는 얘기가 많다. AI와 함께 코딩할 때, 시스템의 전체 구조를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는 시니어 개발자가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논리다. 충분히 공감 가는 말이다.

그런데 꼭 그렇게만 보진 않는다. 나 같은 경우가 그렇다.

나는 원래 경제학을 전공했고, 뒤늦게 인공지능 쪽으로 커리어를 전환했다. 석사 졸업 후에는 AI 리드로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모델 실험하고, 논문 보고, 성능 개선하는 일을 주로 했다. 당시에는 한 분야의 뾰족한 전문가가 되는 것이 커리어의 성공이라고 여겨졌던 것 같다. 나는 뒤늦게 커리어를 바꿨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전문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LLM 붐이 본격적으로 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모델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LLM을 활용한 서비스 개발이 중요해졌다. 실제 니즈와 내 목표 사이의 괴리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계속해서 AI 연구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할지, 아니면 서비스 개발 쪽 역량도 개발해야 할지. 비즈니스에서 실제 니즈를 바로 충족시키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리서치에서 엔지니어링으로 영역을 확장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나는 '주니어 엔지니어'의 입장이 됐다.

하지만 지금의 주니어는 예전과 다르다. AI라는 슈퍼 사수가 있다.

예전부터 해봐야지 생각만 했던 것들, 예를 들어 모델 서빙이나 API 서버 구축 같은 것들을 이제는 AI 덕분에 일주일도 안 돼서 구현하고 있다. 공부는 여전히 필요하지만, 이전처럼 막막하거나 자료 조사하는 데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코드를 쓰다가 모르면 바로 LLM에게 묻고, 에러가 나면 로그를 복붙해서 해결책을 찾고, 모르는 개념도 바로 설명을 듣는다. 뭘 모르는지를 모르면 물어볼 수가 없지만(사실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내가 뭘 모르는지 모르면 구글 검색을 할 수가 없으니까), 이제는 원하는 목표만 말하면 그걸 위해 배워야 할 것들에 대한 목차도 만들어준다.

사실상 24시간 붙어 있는 슈퍼 사수를 얻은 느낌이다. 눈치 보일 일도 없고, 감정 소모도 없고, 한 가지 물어봤다가 다섯 가지를 더 배우게 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주니어 개발자가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사수'가 필요했다. 사수가 누구냐에 따라 배우는 속도도, 방향도 달랐다. 하지만 지금은 AI가 그 자리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 게다가 그 어떤 사수보다 폭넓고 빠르게 반응해준다.

그래서 지금의 흐름 속에서 '시니어가 유리한가, 주니어가 불리한가'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다. 진짜 중요한 건 AI라는 도구를 활용해서 어떤 역량을 키우느냐, 얼마나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느냐다.

AI는 점점 전문성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그리고 개발자에게는 점점 더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내가 지금 리서처에서 엔지니어로 넘어가는 중인 것처럼, 앞으로는 누구든 '다시 주니어가 되는 순간'을 겪게 될 거다. 지금과 같은 직무 구분은 앞으로 없어질 가능성이 크고, 새로운 형태의 직무가 나올 거다. 그걸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빠르게 배우고 흡수할 수 있는 사람이, 시니어든 주니어든 결국 살아남는다.

지형이 바뀌고 있다. 이 변화를 잘 읽고, 내 위치를 유연하게 옮겨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