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인
월간 회고9부

2026년 10월 회고

10월에 남긴 메모를 한두 줄씩 돌아본다.

  • AI는 정보를 찾고 정리하고 설명하는 속도를 크게 끌어올렸다. 그런데 그만큼 내가 그 지식을 습득하는 속도가 빨라지지는 않았다. 지식의 병목은 정보에 접근하는 데서, 그 정보를 구조화하고 내 것으로 통합하는 데로 옮겨 왔다.
  • 회사에서 개발 자동화 작업을 하면서 아키텍처 카타를 해 보려다, 어차피 AI가 나보다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일은 AI가 일관된 흐름으로 설계하게 만드는 것이다. AI는 입력이 있어야 움직이니, 내 입력만 트리거라면 병목은 나다. 다른 곳에서 일이 시작되는 루프와, 내가 이해하는 범위 안의 검증 구조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아직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지 묻게 됐다.
  • AI가 정리해 준 긴 설명을 읽고 이해하는 내 속도가 병목이 됐다. AI가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기억해야, 설명을 어디서 시작하고 무엇을 생략할지 정할 수 있다. 사람끼리 짧은 말로 통하는 것도 서로의 지식 상태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딸이 단어를 쓰고, 말해 보고, 책을 읽고, 활동지를 풀며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만나는 걸 본다. 처음 읽을 때는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른다. 반복해서 읽고, 연결하고, 내 말로 줄이는 동안 내 안에 개념 지도가 생긴다. AI가 정리해 둔 지도가 있다고 내 안에 지도가 생기지는 않는다.
  • AI로 85%짜리 결과물을 100개 만들어 하나가 얻어걸리기를 기다리는 방식은 가챠(gacha)를 돌리는 것 같아 좀 무서웠다. 멘탈 모델을 쌓는 지루한 인내의 시간이 어차피 필요하다면, 중요한 건 무엇을 골라 깊이 배울지다.
  • 같은 내용을 글, 그림, 요약으로 바꿔 줘도 학습자에게는 전부 읽기다. 교육 도구는 어떤 형식으로 전할지보다, 학습자가 더 많이 말하고 생각하고 시도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 대전대안대학포럼에서 매미 소리를 5년 동안 그린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AI도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한 사람이 오롯이 자기 의지로 오래 듣고 그린 행위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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